매트릭스 속의 치킨 한 마리. 촛불집회로 뛰쳐나간 청소년 만세.

영화 매트릭스에서 가장 암울하고 충격적인 장면은, 바로 수많은 인간들이 자신의 몸보다 조금 큰 캡슐에 들어가 기계들을 위한 발전기가 되어 죽을 때까지 영원한 잠을 자야만 하는 거대한 발전소 도시를 쿼터뷰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강탈당하여 자신의 몸보다 약간 큰 정도의 장에 들어가 하나의 닭고기 또는 치킨으로서 사육되는 닭과, 인간은 적어도 영화 속에서 존재론적으로 동급이었다. 우리는 마치 스스로가 자유로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눈을 뜨지 못한 자의 환상이었고, 결국 우리는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것이라는 진실에 대한 폭로와 분노가 영화 매트릭스를 관객으로 하여금 충격과 놀라움 속으로 이끌고 간 동력원이다. 그러나 영화 매트릭스가 보유하고 있는 담론 가능성의 다채로움이란, 그것이 비록 영혼과 육체에 대한 고전적인 철학자들의 논쟁을 토대로 한 것으로만 보기에는 너무나 풍부하고 여름날의 우물물보다 깊은 것과 같이 여겨졌다. 불안하고 심각하며 보이지 않는 권력들이 지배하고 있는 우리의 사회를, 영화 매트릭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가락을 들어 똑바르게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영화 매트릭스의 강력한 지시성은 앞서 말한 가장 암울하고 충격적인 장면에서 가장 강력하게 발현된다. 관객들은 영화 속의 수많은 인간들이 캡슐 속에 갇혀 있는 것을 보고 있음과 동시에 자신이 극장의 의자 - 단 한 명의 몸뚱이를 수용하기 위해 존재하고 있는 - 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며, 영화 매트릭스에서 돌출되어 빠져나온 하나의 시뮬라크르 공간에 매장된다. 때문에 극장을 빠져나온 관객이 영화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진짜로 매트릭스를 구성하는 슈퍼컴퓨터가 있고 자신이 영화 속의 인간들과 같이 하나의 캡슐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은 사실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일이다. 업은 애기 삼년 찾는다는 기가 막힌 속담과 같이 우리는 영화 매트릭스를 통해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던 우리의 통찰력과 세계 비판능력을 등에 업고 찾아다니고만 있다. 매트릭스를 토대로 다채로운 담론이 와르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말은 바로 그러한 통찰력과 비판능력의 방향성을 우리의 사회를 향해 지시해야 한다는 점을 떠올릴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며 사회가 하나의 거대한 정보의 덩어리가 아니라 몇몇의 불합리하고 자본에 힘입은 거대한 의지에 의해 움직이는 작디 작은 무수한 덩어리들의 집합이라는, 다소 소박하고 천진하지만 다분히 진실이 담긴 사실을 떠올릴 때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를 매트릭스로 만들어가고 우리를 한 마리의 치킨으로 키워나가는 빅 브라더, 또는 아직은 어린 빅 브라더의 떡잎을 향할 때 비로소 우리의 민주주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현실에서 그러한 거대 담론을 누군가에게 물려받고 운영해나가는 사람들의 이름은 매트릭스나 빅 브라더와 같이 알기 쉽게 작명되어 있지 않다. 그 이름들은 이름 자체만으로는 그것이 속해 있는 계급과 이해관계를 파악할 수 없도록 철저하게 포장되어 있으며 그 포장은 때로는 매우 순결하고 아름다운 환상으로 포장되어 있어, 한 마리 닭을 키우며 먹고 살아야 하는 한 명의 소박하고 정직한 시민으로서는 기만당하기 십상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만은 보통 일상의 안온함과 하늘을 볼 수 없는 여유롭지 못함에 부딪혀 자신의 입장을 망각하게끔 만드는 종류의 것이다. 그러한 환상과 기만 속에서 나의 부모님과 그들의 부모님은 모두 함께 언젠간 하나의 거대한 양계장을 갖는 것을 꿈꾸며 자라나셨고, 그러한 왕국을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물려주기를 바라신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이라고, 아름답고 선한 것이라고 믿고 계시는 부모님의 손 아래 자라난 우리가 변화 없이 그것을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도 어쩌면 가장 합리적인 것일런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른들의 헤게모니를 그대로 물려받아 한 마리 온순한 시민으로 자라나는 것이 정말로 행복한 삶일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러나 어찌 되었건 간에 우리의 아이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달려나왔다. 몇 달 전만 해도 정치나 사회에는 관심없다고 말하던 그들이 밤거리를 작은 불꽃으로 가득 메운 것은 진정 이 나라의 복이다. 민주주의가 가장 민주주의적인 순간은 바로 최악의 순간을 거부하는 몸짓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면, 이것은 분명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머리로는 아직 깨닫지는 못했어도 몸과 마음, 그리고 순전한 분노와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똘똘 뭉친 민주주의의 실루엣을 보았다고 말 할 수 밖에 없다. 그림자를, 실루엣을 본 사람은 상상하게 된다. 밝은 빛 아래 실루엣의 주인공은 어떤 외모를 지녔을지를. 나는 이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와 조중동을 큰 소리로 비판하고, 정권에 굴하지 않는 그들이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의 우리 사회가 너무나 기대된다. 그들은 정녕, 우리들의 꿈나무인 것이다.

by 환자 | 2008/05/08 14:37 | 나중일기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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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환상 at 2008/05/09 00:07
조만간 이 근처에서 촛불집회를 할 모양이더라. 나도 나갈 생각이고. 압력이 거세지자 촛불 '문화제'라는 이름으로 바꼈더군.
Commented by 환자 at 2008/05/09 11:16
환상 / 엥 환상 서울에 있나
Commented by 에슈 at 2008/05/09 12:54
=▽=
Commented by 레드써니 at 2008/05/09 15:30
브이포벤데타의 한장면을 보는것같은.ㅎㅎ
Commented by 레드써니 at 2008/05/09 15:30
브이포벤데타의 한장면을 보는것같은.ㅎㅎ
Commented by 환상 at 2008/05/09 18:06
촛불집회를 꼭 서울에서 하는 것만은 아니다...=_= 좀 섭섭하다.
Commented by 말리 at 2008/05/10 00:34
.......... 대구에서는 하나요??????????????????????????[갑자기 대구가 왜?]

전 여기 내용에서 매트릭스가 그런 내용이었어? 하고 놀랐어요.

매트릭스의 매자도 만본 사람이라서..
Commented by 환자 at 2008/05/10 01:27
에슈 / 뭘까 그 야릇한 표정은

레드써니 / 브이포벤데타를 아직 보지 못해서...

환상/ 오웁. 정말 미안하다. 내 생각이 짧았다.

말리 / 대구는 잘 모르겠습니다. 매트릭스는 한번쯤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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