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 환자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해놓고 도저히 안되어서..
by 퐈이스 at 13:08 난 이 게임 반댈세. .. by 퐈이스 at 13:06 수영이 말한 코스가 맞다... by 시무언 at 12:42 예전에 라이프 라인이라.. by 시무언 at 12:40 아니 내가 가장 걱정하는 .. by 환자 at 10:39 내가 예전에 말하지 않았나.. by RedGhost at 09:31 English as Second .. by 수영 at 08:33 ESL 이 영어 맞나? 난 잘.. by 환자 at 01:53 난 겨우 졸업할 정도라 욕.. by 환자 at 01:52 교수님은 직업상의 호칭.. by 환자 at 01:51 외부링크
이글루 링크
열심히 보아요
파이스는 사진을 찍습니다. 기계날개 아직은 어른이 아닙니다 Antihypnotics. “뼈, 뼈가 가려워 ; 0;... 얼음집의 그림쟁이 LIMSAM Dialoger in Wired The DraGon, the Go.. 나는 유령이다. 최근 등록된 트랙백
처음해보는 문답~
by The DraGon, the Go.. 반박을 해야 재밌는 사주 by 텅 빈 해방공간 쉼터 연애능숙도평가의 진정한.. by Let the patient sing! 빨간남방 인증 by Let the patient sing! 연애 능숙도 평가 by 얼음집의 그림쟁이 LIMSAM 포토로그
이전 블로그
|
2008년 06월 13일
3x3 EYES. 이 만화를 처음으로 접한 열 네 살 때, 그러니까 내가 중학교 일학년일 때. 이 요상한 문자열을 눈 앞에 두고 이걸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나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삼 곱하기 삼 아이즈라고 읽어야 하나. 쓰리 엑스 쓰리 아이즈라고 읽어야 하나. 구구단에서 3 x 3 = 9 이므로 구 아이즈라고 읽어야 하는 걸까. 물론 우리반 아이들은 누구나 '삼삼아이즈'라고 참으로 속 편하게 읽어내리긴 했지만. 그때는 아도겐이 파동권이고 오류겐이 승룡권이라는 스파2의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던 시대였던 것이다. 컴퓨터는 컴퓨러가 아니라 컴퓨터!라고 읽어야 하는 것이라며 핏대를 세우던 영어선생의, 춘리의 백열각을 연상케 하는 초고속의 빠따 아래 마치 장기에프의 그것과 같이 단련된 둔부를 갖고 있는 우리가... 나와 내 친구들이 3x3 EYES 라는 만화책 앞에서 웅크린 블랑카와 같이 한없이 우울해진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도겐이 아도겐이 아니라 파동권이었으므로 아따따뚜겐이 아따따뚜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귀납추리(훗날 이것은 용권선풍각이라는 간지나는 이름으로 밝혀졌다)에 의한 막연한 불안감은, 우리의 작고 귀여운 핑크빛 뇌 속에서 점차 몸뚱이를 불려 나가고 있던 - 정답은 하나일 뿐이라는 공교육의 현실타협적 이념, 객관식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잉태된 것이었고. 마치 달심의 길고 가냘픈 손발과 같은 상상력을 가졌던 우리들 중의 한 명일 뿐이었던 나는 그저 힘 없이, 다른 아이들과 함께 '삼삼아이즈'라고 내뱉을 뿐이었다. 나는 이 삼삼아이즈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때마다 - 마치 아도겐이 파동권임을 알고 있었는데 무슨 교통사고를 당해 괴상한 기억상실증에 걸려 다른 건 하나도 잊어먹지 않고 오로지 '파동권'이라는 단어 하나만 잊어버려 어쩔 수 없이 '아도겐'이라고 발음해야만 하는 자의 그것과 비슷한 불만스러움이 내 애를 태우는 것을 느끼곤 했다. 뭐 어쨌든. 이 만화는 '사잔 아이즈' 라고 읽는 거라는 매우 신빙성 있는 말을 고등학생이 될 무렵, 혼다 같이 생긴 반 친구에게 듣게 되었을 때의 기분이란 실로 오묘한 것이었다. 놀랍지도 않았고. 마치 가일의 마대꾸가 마대꾸가 아니라 소닉붐이었다는 사실을 들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기분이 오묘했다는 것은 되려 나 자신이 그토록 진실 앞에 담담했다는 데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나는 언제부터 그토록 진실 앞에 무감각해 진 것이었을까. 분명 X-파일을 꼬박꼬박 챙겨봤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X-파일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였을 뿐이라는 것을, 아무리 어린 시절의 나였다 할 지라도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것이었을까. 만화 사잔아이즈는 놀라운 만화였으나 한편으로는 전혀 놀랍지 않은 만화였다. 소년과 소녀가 만나 여행을 떠나는 진부함 속에 담긴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라는 텍스트의 풍부함과 깊이 있음을, 지금과 같이 민감하게 감지해내지는 못했지만 그러한 놀라움과 놀랍지 않음의 절묘한 조화 때문이었을까. 나는 이 만화를, 이 만화의 여주인공 파이와 함께 사랑했다. 그토록 진부한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꺼웠고, 몹시 신이 났다. 지금 스물일곱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이 만화 속의 파이와 삼지안을 사랑하고, 파이와 삼지안의 몸 속에 저당잡힌 야크모의 생명이라는 기가막힌 설정에 감탄한다. 물론 포스트모더니즘의 상호텍스트를 생각하면 그 해석의 다양성에 잠시 아득해지긴 하지만, 청춘남녀의 연애물이라는 재미있는 관점에서 사잔아이즈를 감상하면 그 절묘함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중인격인 파이-삼지안과 그녀에게 목숨을 맡겨놓은 불사신 야크모의 존재-관계는, 다분히 전통적인 연애상에 대한 타카다 유조의 흥미로운 재창조이다. 연애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경향이 약하든 강하든 간에 누구나 연애를 하면 이중인격이 된다는 사실을. 귀엽고 사랑스런 애인이 순간 돌변해 내 마음을 괴롭게 하는 악마가 된다 할 지라도, 나의 하트는 그대가 갖고 있는 것이라는 우습고 닭살돋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진실을 말이다. (물론 이러한 관계는 남녀가 바뀌어 나타날 수도 있다! 남녀평등시대가 아닌가.) 언제나 웃고 있는 야크모는 일종의 표현장애에 걸려버린 수많은 남친들의 대표이자 상징이며, 이중인격인 파이-삼지안은 속을 알 수 없는 수많은 여친들의 대표이고 상징인 셈이다. 생각해보면 귀안왕 시바가 야크모와 적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그가 공식 커플인 파이와 야크모의 관계를 삼백년전의 피앙세라는 압도적인 타이틀로 압박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야크모는 파이를 알게 된 이후로 학교생활로 대표되는 인간의 일상적인 삶을 잃게 되지만(연애를 시작하게 되면 일상이 날아간다!), 귀안왕을 물리치고(연적 제거!) 인화의 법(두 사람 모두 인간이 된다 -> 결혼!)을 통해 예전의 안락하고 평온한 삶을 되찾을 것이라는 야크모의 우직한 믿음 역시도 결혼하면 마냥 행복할 것이라는 우리네 순진한 믿음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그런 것이었을까. 타카다 유조는 결국 파이와 야크모를 결혼시키지 않는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야크모는 귀엽고 착한 파이가 아닌, 냉정하고 거만한 삼지안과 섹스를 하게 되어 독자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며(어차피 이중인격이라 상관없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귀안왕을 날려 버린 이후에 야크모는 실종된다. 하나의 엔딩으로 결정하고 싶지 않은 작가의 마음, 야크모를 실종시킨 이유를, 나는 알 것도 같지만. 야크모가 실종된 이후의 파이의 밝은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만화 후반의 중요한 테마는 바로 내가 좋아하는 분절과 분할의 문제인데, 요약하자면 바로 합침과 갈라짐의 문제인 셈이다. 귀안왕 시바는 모든 것을 하나로 뭉쳐 마치 니체가 말한 '근원일자'와 같은 것으로 회귀시키려 하며, 파이와 야크모는 그러한 귀안왕 앞에서 세계의 모든 분절과 분할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운다. 연애란 서로가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 각자의 개채가 너무도 미련하고 처량하게 홀로 존재한다는 진실을 전제로 한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토록 사랑할 수 있었던 까닭은 어쩌면 그들의 주변인들이 두 사람을 끊임없이 갈라놓으려고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들의 사랑에 아무런 갈라섬과 방해가 없었다면 그들도 다른 여타 커플들처럼 일이년쯤 사귀다가 헤어졌을 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말하자면 최종장에서의 야크모의 실종은, 파이와 삼지안, 야크모의 사랑을 더욱 애틋하고 강렬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그 엔딩은 작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는 어쩔 수 없는 엔딩이었을지도 모르나, 나에게는 파이와 야크모가 결혼해 애낳고 사는 것보다 더욱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최고의 엔딩이다. 그리고 그것이 남자의 생명이 여자의 몸 속에 간직된다는, 로맨틱하면서도 에로틱한 뉘앙스를 동시에 품고 있는 사잔아이즈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