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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7월 16일
오래간만에 그분이 다녀가셨다. 때는 바야흐로 21세기, 인터넷 쇼핑의 발달과 더불어 네티즌들의 마음 속에 새로이 자리잡은 하나의 신성이 있었으니. 그 이름하야 지름신. 그런데 이 지름신이란 참으로 독특한 신성인지라, 맹목적인 믿음과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단지 사람의 아들의 월급과 용돈으로 살아가는 존재였다나 뭐라나. ...결론은 사일런트 힐 DVD 질렀다는 이야기. 나는 메탈기어솔리드(이하 MGS)를 최초로 플레이했을 때의 감동을 여태 잊지 못하고 있다. 물론 당시에는 한심하게도 "우오오오~ 오오오오오!!!" 라는 식으로밖에 그 감동을 표현해내지 못했지만, 생각해보면 그 이상으로 적절한 표현도 없었던 듯 싶다. 그도 그럴 것이, MGS는 세상에 널리고 널린 다른 게임들과는 확연히 다른 게임이었으며, 그 다른 게임이라는 단어의 바탕에 깔려 있는 근거로는 어떠한 그래픽적인 기술의 성과나 시스템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당시에 MGS의 그래픽 또는 게임성만을 감탄하고 넘어갔다거나 했다면, 나는 스스로 기억을 돌이켜 볼 때 자신이 가장 멍청했던 때의 기억으로 아마도 그때를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MGS는 분명 시대를 앞서갔던 게임이고, 게임이자 곧 영화였다. 수많은 영화들이 게임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수많은 게임들이 영화를 모방하고 있을 무렵이었지만 그런 것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던 그 바닥에서 MGS는 게임이면서 동시에 영화였던 차세대 플레이어블 영상물이었다. 물론 나는 MGS의 전작 시리즈들 (메탈기어, 메탈기어2 ~ 솔리드 스네이크, 메탈기어 고스트 바벨) 를 플레이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찬사가 상당한 수준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의견일지도 모르겠으나 메탈기어 시리즈가 MGS를 거치며 그 이전에 비해 상당수준 영화에 근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이후, 수백년이 흘렀다. 물론 진짜로 수백년이 흘렀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개인적인 느낌상 그랬다는 것일 뿐이지만. 수백년이라는 체감시간이 설득력있게 들릴 수 있을 정도로 게임계와 영화계에는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났다. 게임불감증과 과다 레포트 증후군으로 다 죽어가던 환자를 치유해 일으킨 FFX의 발매라던가, 그런 환자를 다시 병상에 눕게 만든 우웨 볼 이라는 영화감독의 탈을 쓴 대마왕의 등장이었다던가. 우웨 볼 감독이라는 악당은, 일단 말하자면 "The House of The Dead, 2003" 라던가, "Alone in the Dark, 2005" 등의 명작 게임을 동명의 쓰레기 영화로 제작해내는데에는 간신히 성공했지만, 게임에 대한 몰이해로 가득찬 그의 영화를 보고 있자면 신기하게도 대한민국의 사극 드라마의 한 상투적인 대사가 생각나는 (저저저 놈을 매우 쳐라!) 독특한 감독이다. 정리하자면, 환자는 FFX의 등장으로 영화와 게임의 경계가 사라지는 모습을 현 시대에서 볼 수 있겠구나라는 감동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나, 우웨 볼 감독님에 의해 상당한 수준의 실망감과 분노를 느끼게 되었다는 비극적인 이야기. 특히 Alone in the Dark가 슈퍼액션블록버스터 영화가 되었다는 신빙성있는 소문은 환자를 두번 울리게 했다고. 물론 그 소문 무성한 Action in the Dark는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다. 차라리 게임을 두 번 하는 게 낫지. (다만 비극적이게도 이 글이 씌어진 2007년 2월의 각오와는 달리, 2008년 7월 현재... 이 영화를 본 상태이다 OTL) 나는 게임과 영화의 경계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서 매우 기뻐하고 있는 부류이고, 그러한 흐름을 쌍수들어 환영하고 있는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영화가 게임화된다는 것은 일방통행에서 쌍방통행으로 변화되어가는 것을 의미하며, 게임이 영화와 같이 된다는 것은 3D 기술의 이미지가 상징하고 있는 고 리얼리티를 의미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까지 높은 수준의 영화와 게임의 퓨전 내지 동침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꿈의 게임과 꿈의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지 않은가. 게임의 그래픽이 아무리 리얼해봤자, 플레이어의 플레이는 제한되어 있는데다가, 아무리 오늘날이 21세기라고 해도 영화에서 쌍방향을 기대하는 것은 좀 많이 이른 것이 당연하니 말이다. 따라서 나는 좀 더 소극적인 의미에서의 시각, 즉 좀 더 타협적인 시각을 갖게 되었는데, 그것은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자면 "제발, 부디, 간절히 바라옵건데, 원작 게임과 분위기라도 맞춰달란 말이다!!" 정도가 되겠다. 이 얼마나 시대에 부합하며 평화적인 시각인가. 어쨌든, 이에 대해서는 나와 비슷하게 생각할 영화광/게임광들도 많으시리라 생각한다. 시대가 그런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 임진왜란에 참전한 장수들이 ICBM과 비슷한 것을 상상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되, 그들은 그들의 현실로 말을 타고 또는 배를 타고 적을 향해 돌진해나갔다. 어쨌든... 나의 타협적인 시각에 걸맞는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게임을 만드는 것과 어떤 영화를 만드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어떠한 작업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바로 영화 제작자들의 이미 완성된 게임 플레이이다.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는 단순히 게임에서 소재만을 빌려오는 것이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그것은 원작 게임의 팬들에 대한 모욕이며, 인류가 보유한 가장 쓸데없는 짓거리의 모음들 중의 하나로 분류될 수 밖에 없는 영화를 하나 더 만들어 내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게임에 국한되어 게임과 완전히 똑같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도 문제가 있겠지만 (그럴려면 영화는 왜 만들었니), 게임을 소재로 제작한 영화는 적어도 그 게임의 팬들이 가장 사랑했던 게임의 요소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지식은 보유하고 있어야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사일런트 힐은 내게 있어 최고의 영화였다. 일단, 이 영화는 나의 기억 속 한켠에서 꾸준히 두통의 원인이 되었던 우웨 볼의 악몽을 은하계 저편으로 날려버리는 데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딛고 서서 "게임 같은 영화" 를 제작해 내는 데에도 상당 수준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이 지옥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보라. (물론, 원래 이름이 지옥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아니고, 내 임의로 지은 이름이다. 당연히 인물이 이 계단으로 내려가지는 않는다.) 이건 거의 원작을 초월했다. 사일런트 힐은 누가 뭐래도 공간으로 플레이어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게임이다. 평범한 세계가 핏빛으로 물든 이면세계로 변화하는 공간이동에 대한 공포는 스토리에 대한 지식과 이해 두가지 모두가 부족할 시점인 게임초반부터 플레이어를 압박해 들어온다. 공간을 테마로 삼는 공포게임인 사일런트 힐에 사일런트 힐이라는 괴기스럽고 이상한 마을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히 예정된 사실이었고, 주인공들이 사일런트 힐로 플레이어를 데려가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공포의 공간인 이면세계는 마치 건축중인 건물 (쉽게 말해 공사장)을 보는 것과 같은, 불안전한 구조물의 형태를 띄고 있어 플레이어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데, 평범한 병원과 상가가 그런 식의 핏빛 가득한 철골 구조물이 되는 과정을 두 눈 뜨고 구경한 플레이어에게 그러한 이면 세계는 사일런트 힐이라는 마을보다 더욱 커다란 존재감을 지닌 공간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지극히 당연하게, 이 엄청나게 잘 만들어진 영화는 이면세계의 표현에 총력을 다했다. 그야말로 동원할 수 있는 CG 기술은 전부 동원한 것 처럼 보인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몬스터들(크리쳐들)은 모두가 CG가 아닌 배우들의 변장과 수작업으로 탄생하였다고 하던데, 그것에 대해서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밖에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크리쳐는 분명 사일런트 힐의 필수 요소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이면세계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크리쳐에 CG를 사용하여 제작비를 소모했다면 아마도 원작을 넘어서는 수준의 이면세계로의 변화모습은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다. 멀쩡한 건물과 그 내부 구조물이 지옥같은 공간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섬뜩하리만치 리얼하게 그려내었다. 사진으로는 잘 알 수 없으니 비디오나 DVD 영상을 참고하기를 바란다. 또한 이면세계의 표현 못지 않게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큰 영향을 주었던 것이, 바로 아이템이다. 원작 게임에서의 손전등과 라디오 노이즈, 지도의 중요성은 게임을 플레이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인데, 그도 그럴 것이 손전등은 플레이어의 눈과 다름없었고, 라디오는 귀, 지도는 공간감각을 유지시켜 주는 유일한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친숙한 것에 열광하는 팬의 원리에 의해, 원작의 팬들은 손전등과, 핸드폰 노이즈와(영화에서는 라디오를 핸드폰으로 대체하였다), 병원 지도에 크리스토프 강스 만세삼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최고!!!라 하여 아쉬운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은 아니다. 환자는 이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유일하게 아쉬움이 조금 남는 것이 있었다면 바로 엔딩이었다. 아마도 크리스토프 강스 감독은 광신으로 상징되는 불합리한 사회규범과 인간의 처형/속죄의식, 그리고 그것에 대항하고 복수하는 개인의 대립을 그리고 싶었던 모양인데, 엔딩에서 등장하는 다 타버린 알레사와 철조망들... 이 등장하였을 때 그 주제는 말 그대로 판타지가 되어버린다. 그것은 엄격하게 표현하자면 사일런트 힐의 주제와 그 표현방식과 상당부분 다르다고 할 수 밖에 없는데, 왜냐하면 사일런트 힐은 플레이어가 플레이하는 게임이고, 게임의 최종보스의 뒷처리는 언제나 플레이어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인공이 아닌 강력한 존재가 나타나 모든 악의 무리를 쓸어버리는 듯한 결말은 일종의 찝찝함을 가져오게 하는데 이는 아마도 감독 역시 무의식중에 느끼고 있었던 듯 하다. 사실 사일런트 힐의 광신도들이 전부 죽게 되었을 뿐, 이야기가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로즈와 샤론이 안전하게 집에 도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토퍼가 그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아직 악몽이 끝나지 않은 것이며 저주 역시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사일런트 힐의 팬들은, 사일런트 힐3에서 샤론이 주인공 헤더이고, 그녀가 해결할 사건이 아직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별다른 문제거리는 되지 않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최고다. 사실 스토리상의 작은 구멍 같은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 영화의 평가는 절대로 원작 게임과 동떨어져 평가내려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작 게임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이 영화에 대해 하는 말은 상당부분 오해로 가득할 수 있다. 그만큼, 이 영화는 게임과 연계된 영상물로서의 의의가 가득한 '작품'이기에 말이다. 파가니니가 연주한 음악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그의 바이올린이 얼마나 잘 만들어진 것이고 얼마나 비싼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닌 것과 같이 말이다. 이 포스트는 본인의 예전 블로그인 http://blog.naver.com/alric.do 에서 2007년 2월 4일에 작성한 것입니다. 이글루스 가든 - 내맘대로 영화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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