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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7월 25일
매운 라면을 순하게 먹는 한가지 방법
 

   주린 배를 움켜쥐고 집으로 돌아왔더니, 반찬은 김치뿐. 그나마 밥과 함께 먹을만한 것이라고는 라면 하나. 그런데 그 라면이 신라면의 세 배 정도로 매운 라면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보통때라면야 차라리 매운 라면 먹지 않고 얌전히 잠자리에 들고야 말았겠으나 오늘의 나는 너무나 배가 고파 울고 싶을 정도였기에, 어쩔 수 없이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스프를 반 정도만 넣으면 그래도 딱 반만큼만 맵겠지 싶어 스프를 반 넣고 끓였는데. 아뿔싸. 그래도 미칠듯이 매운거다. 어쩐다. 끓인거 버릴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고 (현재 나는 구내염으로 고생중이다. 알보칠만은 바르기 싫어 버티는 중) 이런게 계륵이로구나. 계륵 계륵. 중얼거리고 있는데 문득 김치 냉장고 위의 미숫가루 봉지가 눈에 띄었다. 별 생각 없이 한 숟가락 퍼서 라면에 넣고 휘저었다. 맛을 보았다. 오 이거 괜찮은데. 흡사 헐리우드 전쟁영화를 연상케하는 매운맛은 온데간데 없고, 적당한 수준의 얼큰함과 고소함이 교묘하게 공존하는 무척 평화로운 맛이 되어버렸다.


   혹시 매운맛에 약한데 어쩔 수 없는 허기로 인해 매운 라면을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라면 스프는 절반으로 줄이고 미숫가루 한 숟가락을 넣어보기를 권한다. 적당히 얼큰한 우동국물 비슷한 느낌의 국물이 나온다. 인스턴트 스프 대신 곡물을 갈아 만든 미숫가루가 들어가니 본래 라면보다도 건강에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냥 물에 타먹는 미숫가루에 비해 라면에 넣는 미숫가루는 면에 얇게 엉기기 때문에 면 맛이 무척 좋아진다. 다른게 웰빙인가.




매운라면, 라면, 미숫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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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환자 | 2008/07/25 00:15 | 나중일기 | 트랙백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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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다크인생 at 2008/07/25 00:47
오옷!! 그런 방법이!!!

나는 환자가 겪은 상황이라면.. 먹을 걸 사러 나간다.. ㅡ.ㅡ;; 집 근처에 편의점이 하나 있어서.. 매운거 절대 못 먹거든..

그러나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미숫가루가 있다면 써먹어봐야지. ㅋㅋㅋ 이런게 생활의 발견이로구나~
Commented by 환자 at 2008/07/25 01:54
유감스럽게도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 달려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들어왔는데 꼬르륵대며 밤길을 달리는건 뭔가 최악. 근데 미숫가루 생각 이상의 맛이 나온다. 미숫가루 라면 - 언젠가 이런 라면이 나올지도 모른다. 특허 내볼까.
Commented by 란씨 at 2008/07/25 01:06
언뜻 생각하기론 좀 이상할 것 같기도 한데 맛있다니 신기하군요
우유를 넣어서 먹어도 괜찮아요~
Commented by 환자 at 2008/07/25 01:55
락토우즈에 약한 위장을 가진 환자는 우유 못마신다는 슬픈 전설이.
Commented by 말리 at 2008/07/25 02:13
ㅋㅋ 나도 사로 나갈듯.

미숫가루라니 끄어억~! 이건 아니야!

라면이 고소하고 달콤하면 이상하잖아!

그런데 그냥 밥하고 김치하고 먹으면 되지 않나.. 구지 매운 라면 끓여서 고생할필요까진 없을 듯 한데..
Commented by 환자 at 2008/07/25 15:37
그날은 유독 밥하고 김치만 먹기 싫었다.
Commented by 에슈 at 2008/07/25 09:25
시골의 맛...=▽=
Commented by 환자 at 2008/07/25 14:00
좋지 않은가.
Commented by 환상 at 2008/07/25 10:05
별로 라면 맵다는 생각 해 본 적은 없는데. 진짜 매운 라면을 못 먹어봐서 그런가? 내가 먹어본 라면 중에 그나마 맵다고 할만했던건 열라면 정도...환자가 먹었던 라면은 뭔데??
Commented by 환자 at 2008/07/25 14:02
열라면은 군대에서 하루에 하나씩 먹었던 라면이다. 열라면은 매운 라면이라 하기엔 좀. 내가 요즘 구내염으로 고생하고 있어서 그렇지 사실 매운 음식 대단히 잘 먹는다. 먹고 날 원망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 야쿠르트의 장라면이다. 이 라면은 정말 야채스프만 뜯고 냄새만 맡아도 눈물이 왈칵(과장임) 나올 정도다.
Commented by 시렌 at 2008/07/26 13:59
구내염이 뭔지 몰랐는데 '알보칠'이름이 떡하니 나오니 어떤 병인지 알겠군요. 환자님 지못미 ㅜㅜ.

저라면 저같은 상황이라면 김치든 신라면 3배 매운 라면이든 절대 먹지 않겠습니다. 순하게 먹는 방법을 떠나서 저것들 자체가 순하지가 않잖아요.
Commented by 시렌 at 2008/07/26 14:00
그런데 '미숫가루 넣어 먹으면 맛이 어떨까?' 무척 궁금해지고 있는 중입니다. 굳이 신라면이 아니더라도.
Commented by 환자 at 2008/07/26 21:04
한번 넣어 보시길. 의외로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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