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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8월 07일
![]()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다크나이트. 벌써 「다크나이트」만으로 세번째 포스팅을 하고 있다. (이 포스트를 읽기 전에 앞선 두 포스트를 읽기를 권한다) 다름이 아니라, 두 번의 포스트만으로 「다크나이트」를 말하는 것은 충분하다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크나이트」가 숨막힐 정도로 재미있는 블록버스터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블록버스터들의 미덕으로 간주되었던 '재미있는 영화'의 범주에 함부로 집어넣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한 맥락의 이유를 갖는다. 「다크나이트」를 그저 '재미있는 영화'로 분류한다 생각해보자. '재미있는' 이라는 수식어가 갖는 의미의 빈곤함이 그대로 와닿지 않는가. 앞선 포스트에서 밝혔듯이 「다크나이트」는 앞뒤양옆으로 무척 복잡한 영화이다. 당장 생각나는 추상적인 개념들만 꼽아보아도 정의, 자본, 인간의 본성, 비극, 사회계약, 구조주의 라는 어휘들이 쉬지 않고 떠오를 정도로 「다크나이트」는 진짜로 복잡한 영화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한 요소들은 갈기갈기 찢어진 별개의 것들이 아닌, 배트맨과 조커 그리고 투페이스와 레이첼, 고든, 나아가 고담 시 전체를 아우르며 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연결은 매우 주도면밀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구성은 곧 「다크나이트」의 완성도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크나이트」의 완성도에 기여하는 수많은 요소들 중에서 유독 압도적인 존재감을 갖고 있는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히스 레저의 조커다. 어째서 조커인가? 배트맨이 아닌 조커의 「다크나이트」라는 말이 진지하게 거론될 정도로, 「다크나이트」에서 히스 레저의 조커는 단순한 상대역이 아니라 주인공 이상의 무엇이었다. 그것은 「다크나이트」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는 사실이다.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보자. 어째서 조커인가? 왜 배트맨이 아닌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다크나이트」는 잠시 접어두고, 「배트맨 비긴즈」와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로 회귀하는 마음 속 작업이 필요하다. 눈을 감고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와 「배트맨 비긴즈」를 떠올려 보도록 하자. 어떠한 결정적인 차이점을 선언하는 형태가 암암리에 형상화될 것이다. 내 경우에, 그것은 바로 「비긴즈」의 배트카였다. 위의 사진을 보자. 「비긴즈」의 배트카는 '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우락부락한 장갑차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어째서 이러한 모양의 장갑차를 배트카로 선정했던 것일까? 그것은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 때문이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존재근거는 철저하게 대중에 묶여 있다. 때문에 블록버스터 영화에 있어 대중은 절대적인 진리라 할 수 있다. 「비긴즈」가 개봉하기 직전, 「비긴즈」의 예고편을 통해 대중이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장면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단언하건대, 그것은 바로 배트카다. 만화책에서 곧바로 뛰쳐나온 것만 같았던 팀 버튼의 배트카와, 비밀스런 군사시설에서 몰래 빼온 듯했던 「비긴즈」의 배트카는 같은 이름을 지닌 두 개의 물체로 보기에는 너무나 상이한 것이었고, 팀 버튼의 환상에 익숙했던 대중들은 그야말로 리얼하고 터프한 움직임을 보이는 「비긴즈」의 배트카를 보며 전율했다. 말하자면 「비긴즈」의 배트카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선언이었다. 배트카 하나에 「비긴즈」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장갑차로 형상화되는 현실의 공기란, 과장을 좀 섞자면 그야말로 영화의 스크린을 벗어나 대중의 각막에 양각될 정도였던 것이다. 그러나 배트카의 선언을 통해 팀 버튼과의 결별을 선언했던 「비긴즈」는 아이러니하게도 배트카를 통해 그 한계점을 맞이하게 된다. 말하자면 「비긴즈」는 배트맨의 근본을 새롭게 그린 영화가 아니라, 배트맨을 '리얼하게' 그려냈을 뿐인 영화로 다수의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기가막힌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재미있게도 「비긴즈」를 둘러싼 이러한 오해는 「다크나이트」를 통해 완벽히 해소되기는 하지만, 「다크나이트」가 개봉하기 직전까지 「비긴즈」가 겪은 오해란 그야말로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배트맨 비긴즈? 그거 배트맨을 좀 말되게 찍은 영화아냐? 배트카 봤냐? 완전 장갑차던데?" 와 같은 대화들이 대중들 사이에서 수도없이 오가지 않았는가. 그래서 히스 레저의 조커가 등장한다. 어째서 조커인가? 라는 질문의 대답은 바로 "리얼한 배트맨 영화"라는 「비긴즈」의 오명을 씻기 위해 배트카의 존재감을 불식시키려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의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히스 레저의 조커는 그동안의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감히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영역을 지배하는 악당으로, 그의 등장을 통해 「다크나이트」의 드라마는 심각함을 더하게 되고, 비극은 더욱 비극적으로 빠져들게 되며, 배트맨의 몰락은 더욱 치명적이게 된다. 그의 압도적인 존재감은 가히 히어로무비라는 장르 자체를 뒤흔드는 종류의 것이기 때문에 배트카 따위로 형상화되었던 "리얼한 배트맨 영화"가 불식되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다.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히스 레저의 조커는 등장한지 5분도 안되어, 「비긴즈」의 악몽, 배트카를 관객들의 머리 속에서 지워버린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히스 레저의 조커가 단순히 「비긴즈」의 오명을 지우고 「다크나이트」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에서 그 목적을 완수한다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히스 레저의 조커는 분명, 블록버스터 영화 자체의 근간을 뒤흔드는 무시무시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블록버스터 영화는 궁극적으로는 상업영화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는 영화이며, 블록버스터는 상업영화에서 '상업'을 지독할 정도로 긍정하는 데에서 성립하는 영화가 아닌가. 태생적으로 블록버스터는 자본의 위력, 혹은 자본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거나 망각할 수는 있어도 부정할 수는 없게끔 되어 있다. 그런데 「다크 나이트」에서의 조커는 엄청난 양의 돈을 태워 버린다. 돈 따위는 중요하지 않으며, 사실 돈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밝힌다. 기존의 블록버스터에 나오는 악당들은 돈을 싫어하거나, 돈이란 게 있다는 것 자체를 잊었거나, 오로지 돈만을 위해 행동했거나였다. 블록버스터에서,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 미국의 영화에서, 돈을 이렇게까지 무시하는 캐릭터가 나왔단 것을 믿을 수 있겠는가? 히스 레저의 조커는 돈을 무시하되, 돈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조종하는 무시무시한 캐릭터였다. 영화 시작부터 조커는 돈을 이용해 범죄자들을 서로 죽고 죽이게 만들지 않았는가. 돈을 핑계로 갱 두목들을 조종해 그들의 부탁을 받아 배트맨을 괴롭히기 시작하지 않았는가. 물론 자본을 부정하는 일면에서만 조커를 볼 수는 없다. 히스 레저의 조커는 자본에 아예 관심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단순한, 멀쩡한 이성을 가진 우리로서는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가 말하는 평등은 정의를 말하기에는 너무나 저열한 것이지만, 그가 제시하는 '돈 따위로 행동하지 않는' 새로운 악당의 기준은 너무나 황당하면서도 원초적인 것이기에, 이성과 돈 그리고 트라우마와 과거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이루어진 브루스 웨인=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존재인 것이다. 때문에 히스 레저의 조커는 절대악을 넘어선 순수악에 가까운 악의 미학을 논할 수 있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악당의 모델을 이루어내는 초유의 캐릭터이지만, 사실 그의 존재는 오로지 배트맨에게 집중되어 있다. 완벽한 악당이지만, 그는 배트맨이 아닌 영화에서는 단순한 미친놈으로서 존재하여 무엇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히스 레저의 조커는 배트맨에 집착한다. 정신병원에 함께 갇혀 같은 독방에서 지내자는 권유를 할 정도로 배트맨에 집착한다. 히스 레저의 조커가 위태로워 보이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완벽성을 보이는 캐릭터로 존재하게 된 것은 바로, 그가 「비긴즈」에서의 배트카를 대체하며 나타난 크리스토퍼 놀란표 배트맨의 새로운 마스코트인데다가, 그의 존재가 영화의 주역인 배트맨에 얽혀 있어, 배트맨을 소외시키지 않았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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